담배를 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는데, 지인이 담배를 꺼내는 장면 하나에 손이 먼저 움직인 경험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뇌과학 연구들을 파고들면서 이건 의지가 아니라 회로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습관이 어떻게 뇌에 새겨지는지 이해하면, 왜 그렇게 끊기 어려운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절차적 기억 — 몸이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
헨리 몰래슨(Henry Molaison), 흔히 HM이라 불리는 환자에 대한 연구는 기억이 단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어릴 적 자전거 사고로 뇌전증 발작이 생긴 HM은 20대 중반 측두엽 내측 부분을 양쪽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발작은 사라졌지만, 수술 이후로 새로운 기억을 전혀 형성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어제 만난 사람도, 방금 나눈 대화도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HM에게 거울보기-별그리기 과제를 시켰을 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과제는 직접 손을 볼 수 없고 거울에 비친 상만 보면서 별 모양을 따라 그리는 것으로, 처음엔 거의 누구나 실패합니다. 저도 한번 해봤는데 5분도 안 돼서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HM이 다음 날 똑같은 과제를 다시 했을 때입니다. 그는 전날 그 과제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수행 능력은 분명히 향상돼 있었습니다. 사흘째에는 정상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이란 개념이 등장합니다. 절차적 기억이란 자전거 타기나 타이핑처럼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몸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술 기억을 말합니다.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고, 심지어 자신이 배웠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HM의 사례는 "내가 경험했다"는 의식적 기록 없이도 몸에 각인되는 기억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저는 이 연구 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섬뜩했습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뭔가를 학습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 연구들이 쌓이면서 뇌과학계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 회로가 하나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해마(hippocampus)가 손상되면 일화적 기억은 사라지지만, 절차적 기억을 담당하는 회로는 별도로 존재하며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이것이 습관 연구와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내 의식이 개입하지 않아도 행동이 자동화될 수 있다면, 그 자동화를 지배하는 회로가 어디 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출처: NIH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Declarative and Nondeclarative Memory).
- HM은 수술 후 새로운 일화적 기억을 형성하지 못했지만, 절차적 기억은 정상적으로 학습됐다
- 절차적 기억은 의식적 인출 없이도 수행 능력으로 나타난다
- 기억의 종류에 따라 담당하는 뇌 회로가 구분돼 있다는 것이 현재 신경과학의 정설이다
기저핵과 습관 루프 — 회로가 굳으면 의지는 밀려난다
연구자들이 습관의 신경학적 기반을 찾다가 주목하게 된 곳이 기저핵(basal ganglia)입니다. 기저핵이란 대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구조물로, 운동 조절과 보상 학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 부위입니다. 저는 처음에 단면도 이미지만 보다가 감을 못 잡았는데, 3D 이미지로 보니 뒤를 돌아보는 올챙이처럼 생겼다는 표현이 딱 맞더군요. 이 구조물이 그렇게 복잡하게 생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저핵은 피질 전반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처리해 행동 선택에 관여하는, 말하자면 뇌의 자동화 엔진 역할을 합니다.
기저핵 안에서도 특히 측핵(nucleus accumbens)이 중요합니다. 측핵이란 기저핵의 일부로 도파민 신호를 가장 강하게 수신하는 보상 회로의 핵심 부위입니다. VTA(복측피개야, 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생성된 도파민이 뇌 전체로 분배되는데, 그 신호를 가장 집중적으로 받는 곳이 바로 이 측핵입니다. 왜 이곳이 쾌감 중추로 불리는지는 이걸 알면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중독 연구자들이 최근 즐겨 쓰는 개념이 습관 루프(habit loop)입니다. 습관 루프란 단서(cue) → 루틴(routine) → 보상(reward)의 세 단계가 반복되면서 신경학적으로 자기 강화되는 행동 고리를 말합니다. 담배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누군가가 담배를 꺼내는 장면(단서)을 보면 흡연 행동(루틴)이 유발되고, 니코틴이 측핵을 자극해 도파민이 분비(보상)됩니다. 이 보상이 시냅스 연결을 강화시키고, 다음번 같은 단서를 만났을 때 루틴이 활성화되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습관이 아닙니다. 회로가 굳어진 것에 더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이 구조를 인식하고 나서 달라진 게 하나 있었습니다. 습관을 의지로 끊으려 하면 계속 실패하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루틴을 억제하려면 단서를 차단하거나 보상 경로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한데, 그냥 "하지 말아야지"라는 선언만으로는 이미 굳은 시냅스를 바꿀 수 없습니다.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될수록 신경세포 간 연결이 강화된다는 사실은, 보상이 클수록 습관이 더 단단하게 고착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Understanding Habits). 이걸 알고 나면 자기 자신을 탓하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쪽으로 전략이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절차적 기억과 일반 기억은 뭐가 다른가요?
A.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억, 즉 "어제 뭘 먹었다"처럼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을 일화적 기억이라고 합니다. 반면 절차적 기억은 자전거 타기처럼 몸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술 기억으로, 의식적 인출 없이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HM 사례에서 보듯 두 기억은 담당 뇌 회로가 완전히 달라서, 한쪽이 손상돼도 다른 쪽은 정상 작동할 수 있습니다.
Q. 기저핵이 습관에 그렇게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A. 기저핵은 도파민 신호를 대량으로 수신하면서 행동 선택을 자동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상을 받을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 신호가 기저핵 내 시냅스 연결을 강화시킵니다. 반복될수록 특정 단서에 반응해 특정 행동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구조가 굳어지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의식과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Q. 습관 루프를 알면 실제로 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나요?
A. 구조를 알면 전략이 달라집니다. 루틴을 억지로 참는 대신, 단서를 환경에서 제거하거나 보상을 다른 루틴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신경학적으로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흡연 충동의 단서가 특정 장소라면, 그 장소 자체를 바꾸는 것이 "참겠다"는 다짐보다 실질적입니다. 회로를 무너뜨리려면 그 회로의 입력부터 건드려야 합니다.
Q. 도파민이 많이 나오면 나쁜 건가요?
A. 도파민 자체는 나쁜 물질이 아닙니다. 보상, 동기, 학습 모두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문제는 도파민이 강한 보상과 연결된 습관 루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나쁜 습관일수록 보상이 즉각적이고 강한 경우가 많아서, 결과적으로 그 루프가 더 빠르게 굳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
습관이 안 바뀐다고 느낄 때 저는 의지가 약한 탓을 먼저 했습니다. 그런데 HM의 절차적 기억 실험부터 기저핵의 습관 루프 구조까지 살펴보고 나서, 그 탓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뇌는 이미 보상을 기준으로 회로를 굳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 회로에 맞서 의지만으로 싸우는 건 불리합니다.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접근은 단서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흡연 충동이 오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 방향으로 환경을 조정했을 때 비로소 뭔가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을 탓하기 전에, 어떤 단서가 그 루프를 촉발하는지를 먼저 파악해 보시길 권합니다. 회로의 입구를 찾는 것이 출발입니다.
참고: Vartanian, Oshin, and David R. Mandel, eds. Neuroscience of Decision Making. Psychology Pres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