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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 강형욱 박사가 쓰는 행동 수정의 법칙 (고전적 조건화, 조작적 조건화)

by tongdoctor 2026. 6. 11.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학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장면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에서 학습이란 행동의 변화 그 자체입니다. 아이를 매일 학교에 보내는 것, 밥 먹을 때 소리를 내지 않는 것, 특정 사람에게 이유 없이 끌리는 것, 이 모두가 학습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꽤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것은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강형욱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쓰이는 행동 수정의 이론적 근거이기도 합니다.

 

고전적 조건화: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만들어진 반응들

파블로프의 조건화 실험은 학습을 철학적 추측의 영역에서 끌어내어 측정 가능한 과학의 영역으로 바꿔놓은 사건입니다. 침 분비량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로 학습을 측정했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학습은 추상적 개념이었는데, 이제 수치로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제가 이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 흥미로웠던 부분은 조건자극(CS, Conditioned Stimulus)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조건자극이란 원래는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던 중립적 자극이 무조건자극과 반복적으로 짝지어지면서 그 자체로 반응을 유발하게 된 자극을 말합니다. 종소리가 대표적인 예인데,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는 소리였지만 먹이와 계속 함께 제시되자 결국 종소리만으로 침이 분비되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일반화(generalization)라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일반화란 특정 조건자극에 대해 학습된 반응이 그와 유사한 자극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말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정확히 기술된 현상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일반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발견됐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생각을 멈추게 됩니다. 왜 어떤 사람에게 이유 없이 끌리는지 설명이 안 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실험에서 안경을 쓰거나 머리가 짧은 실험자가 친절하게 대했을 때, 피험자들은 나중에 비슷한 외모의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꼈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알고 보면 과거에 비슷하게 생긴 사람과 좋은 경험이 있었거나, 가족 중 누군가와 닮은 부분이 있었던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조건화된 선호, 즉 자신도 모르는 이유가 있는 끌림인 셈입니다.

고차조건화(higher-order conditioning)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고차조건화란 기존에 이미 조건자극이 된 자극이 또 다른 중립 자극과 짝지어지면서, 그 새로운 자극도 반응을 이끌어내게 되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돈이 그렇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돈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고, 원하는 걸 얻고, 좋은 경험이 쌓이면서 돈 자체가 무조건자극처럼 강력한 동기를 가지게 됩니다. 명품도, 광고 속 멋진 이미지도 모두 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고전적 조건화에서 학습의 핵심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습득(acquisition):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의 반복 연합을 통해 새로운 반응이 형성되는 과정
  • 소거(extinction): 조건자극만 반복 제시할 때 조건반응이 점차 사라지는 과정
  •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 소거된 줄 알았던 반응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나타나는 현상
  • 일반화(generalization): 학습된 반응이 유사한 자극으로 확장되는 현상
  • 변별(discrimination): 반복 경험을 통해 유사한 자극들 사이에서 차이를 구분하게 되는 과정

공포증 치료에 사용되는 노출치료도 바로 이 소거 원리에 기반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소거 과정에서 조건자극을 반복 제시하되 무조건자극을 주지 않으면 조건반응이 사라집니다. 두 가지 방법이 주로 쓰이는데, 뱀 공포증을 예로 들면 처음에는 멀리서 뱀을 보여주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체계적 둔감화(systematic desensitization)와, 처음부터 강한 자극에 노출시키는 홍수법(response flooding)이 있습니다.

조작적 조건화: 결과가 행동을 만든다

조작적 조건화는 고전적 조건화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고전적 조건화에서 개체는 수동적입니다. 자극이 오면 반응할 뿐, 스스로 결과를 바꿀 수 없습니다. 반면 조작적 조건화에서는 개체가 행동을 함으로써 결과를 직접 변경할 수 있습니다. 쏜다이크의 결과의 법칙에서 출발한 이 이론은 나중에 강화학습이라는 AI 알고리즘으로까지 이어져 알파고를 탄생시킨 바탕이 됩니다.

강화(reinforcement)란 특정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는 좋은 자극을 추가해서 행동을 늘리는 것이고,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는 싫은 자극을 제거해 줌으로써 행동을 늘리는 것입니다. 청소를 했더니 칭찬을 받으면 정적 강화이고, 아이가 떼를 써서 장난감을 사줬더니 엄마의 창피함이 사라지는 것은 엄마 입장에서 부적 강화입니다. 같은 상황도 보는 주체에 따라 강화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처벌(punishment)은 반응을 감소시키는 것입니다. 주차 위반 딱지는 정적 처벌(positive punishment)입니다. 불쾌한 자극을 추가하여 행동을 줄이는 것이지요. 반면 부적 처벌(negative punishment)은 좋아하는 것을 빼앗아 행동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수업 시간에 떠들면 친구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그 예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소리를 내는 습관을 고치려 할 때, "소리 내지 마"라고 직접 말하거나 거울을 보여줘도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지적을 받는 상황 자체가 반발심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건 처벌이 정서반응을 유발할 때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그런데 소리 없이 먹을 때 미묘하게 반응을 보여주자 상대방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조건화의 진짜 힘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처벌을 활용할 때 중요한 원칙도 있습니다. 처벌에 대한 면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처벌을 쓸 거라면 최대 강도로 최소 횟수에 적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점점 세기를 높여가는 처벌은 오히려 그 강도에 적응하게 만들 뿐입니다. 또한 시간적 근접성, 즉 행동과 결과 사이의 시간 간격이 짧을수록 학습 효과가 높아집니다.

행동수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개인마다 무엇이 강화고 무엇이 처벌인지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아이에게 앞에 나오게 하는 것이 처벌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아이의 목적이 친구들에게 주목받는 것이었다면 오히려 강화가 되어버립니다. 행동수정 전문가들이 개입 전에 기능 분석(functional analysis)을 먼저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능 분석이란 문제 행동이 어떤 목적과 기능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출처: Association for Behavior Analysis International).

모든 조건화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됩니다. 인지 과정과 행동 과정이 때로는 서로를 돕고 때로는 서로 방해합니다. 이것이 현장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할 때 가장 까다로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우리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선택과 반응의 상당 부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무의식적으로 조건화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 이유 없이 좋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처음엔 냉소적으로 들렸는데, 지금은 오히려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가장 현실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리를 알고 나면 타인의 행동뿐 아니라 자신의 반응도 조금 다른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참고: https://openstax.org/books/psychology-2e/pages/1-introduction
https://www.apa.org
https://www.abainternation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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