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냄새가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MRI 안에서 합성 냄새를 직접 코에 주입하며 뇌 반응을 측정하는 실험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고를 때 이성보다 먼저 움직이는 건 의외로 후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판단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지를 이제는 꽤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후각 자극으로 선택을 연구한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냄새를 연구 도구로 쓴다고 하면 대부분 의아해합니다. 제가 처음 이 실험 설계를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MRI 안에서 냄새를 전달한다는 걸까, 싶었거든요.
이 실험에서는 올팩터미터(Olfactometer)라는 장비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올팩터미터란 컴퓨터로 제어되는 후각 자극 전달 장치로, 실제 음식을 쓰는 대신 특정 냄새를 화학적으로 합성해 MRI 안에 누워 있는 피험자의 코로 직접 주입하는 기기입니다. 장비를 갖추는 비용과 난이도가 상당해서 이 방식을 쓰는 연구실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제가 직접 알아봤더니 국내에도 이런 장비를 운용하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왜 굳이 후각 자극을 씁니까? 후각 정보는 다른 감각보다 정서적 반응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좋고 나쁨을 즉각적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자극이라는 점에서, 가치 기반 선택을 연구하는 데 매우 적합한 도구입니다.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을 공복 상태로 오게 한 뒤 달콤한 냄새 네 가지(커피, 케이크, 딸기, 밀크 디저트 계열)와 짭짤한 냄새 네 가지(구운 양파, 피자, 포테이토칩, 바베큐 계열)를 맡게 하고 각각의 쾌감도를 평가하게 했습니다. 이후 달콤한 냄새 하나와 짭짤한 냄새 하나를 선정해 강도까지 조절하는 2×2 설계를 완성했습니다. 자극의 종류(달콤함 vs. 짭짤함)와 강도(강 vs. 약)를 모두 변수로 삼은 것인데, 이 설계가 이후 뇌 분석에서 꽤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달콤한 냄새 강도 강 / 달콤한 냄새 강도 약
- 짭짤한 냄새 강도 강 / 짭짤한 냄새 강도 약
- 달콤함과 짭짤함의 쾌감 수준은 가급적 동일하게 맞춤
- 피험자는 공복 상태로 참여(음식 섭취 시 바이어스 방지)
다중 복셀 패턴 분석이란 뭐고, 왜 기존 방법과 다릅니까
여기서 제가 솔직히 한 번 막혔던 부분이 있습니다. 뇌 영상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보통 "어떤 부위의 신호가 올라갔다"는 식으로 이해하게 되는데, 이 실험에서 쓴 방법은 그것과 결이 다릅니다.
기존의 fMRI 분석은 개별 복셀(Voxel)의 신호 크기를 봅니다. 여기서 복셀이란 뇌 영상을 구성하는 3차원 픽셀 단위로, 뇌를 작은 정육면체 조각으로 나눴을 때 각각의 조각이 복셀입니다. 이 조각 하나하나의 신호가 커지냐 작아지냐를 보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반면 다중 복셀 패턴 분류 분석(MVPA, Multi-Voxel Pattern Analysis)은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쉽게 말해 복셀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개 복셀의 조합 패턴을 동시에 읽어서, 그 패턴이 어떤 자극에 대응하는지를 머신러닝으로 분류해내는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이 개념을 처음 접하면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정보를 뽑아냅니다.
예를 들어 신체적 통증과 사회적 고통(비난받는 상황)을 비교했을 때, 기존 분석에서는 같은 뇌 부위가 두 경우 모두에서 활성화된다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때 "신체 고통과 사회적 고통은 뇌에서 같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요. 그런데 MVPA를 적용해봤더니 같은 부위라도 활성화 패턴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두 고통을 다르게 느낀다는 사실이 이제야 뇌 데이터에서도 확인된 겁니다. 이것이 제가 이 분석에 주목하게 된 이유입니다.
이 분석이 나온 지 10~20년 정도 됐지만 최근 들어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단일 복셀로는 보이지 않던 신경학적 암호를 MVPA가 읽어내기 시작하면서, 거짓말 탐지 연구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솔직히 좀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안와전두피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이 실험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봤던 결과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MVPA를 써서 뇌 반응을 분석했더니, 같은 안와전두피질 안에서도 역할이 갈렸습니다.
먼저 외측 안와전두피질(Lateral OFC)과 전대상 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은 정체성 특이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정체성 특이적이란 달콤함과 짭짤함이라는 서로 다른 자극의 종류에 따라 활성화 패턴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이 부위는 "이게 어떤 냄새인지"를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외부의 구체적인 속성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셈이죠.
반면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FC)은 반응 양상이 달랐습니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란 전전두피질 안쪽 아래 영역으로, 흔히 내적 가치 계산의 핵심 부위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 부위는 달콤하든 짭짤하든 자극의 종류와 무관하게, 냄새 농도가 강할수록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즉 "이게 뭔지"가 아니라 "이게 얼마나 만족스러운지"에만 반응한다는 겁니다.
이 결과를 정리하면 꽤 선명한 그림이 나옵니다. 뇌는 "지금 이 경험이 만족스럽다"고 판단할 때는 내측·복내측 전전두피질을 써서 내부 감각 정보만으로 가치를 계산합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는 굳이 외부 정보를 추가로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탐색보다는 안정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뇌가 움직이는 거죠. 반대로 부정적인 결과를 얻거나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는 외측 안와전두피질이 더 활성화되면서 외부 정보를 추가로 끌어들여 현재 상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습니다. 이 안정 대 탐색의 구도가 냄새 실험 하나에서 이렇게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점이, 제 경우엔 예상 밖이었습니다.
- 외측 안와전두피질 · 전대상 피질: 자극의 종류(정체성)에 민감, 외부 정보 처리 담당
- 복내측 전전두피질: 자극의 강도(가치 크기)에 민감, 내적 만족감 계산 담당
- 긍정적 가치 → 내측 활성화 → 현상 유지(탐색 감소)
- 부정적 가치 → 외측 활성화 → 이탈 시도(탐색 증가)
이 구도는 신경과학 의사결정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출처: Routledge(Psychology Press)에서 출판된 Vartanian & Mandel(2011)의 편저에 상세히 정리되어 있으며, 가치 기반 선택의 신경학적 기제를 다루는 연구들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MVPA 방법론의 원리와 응용 사례는 출처: Journal of Neuroscience에서도 다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MVPA(다중 복셀 패턴 분류 분석)는 일반 fMRI 분석이랑 뭐가 다른가요?
A. 일반 fMRI 분석이 복셀 하나의 신호 크기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보는 방식이라면, MVPA는 여러 복셀의 활성화 패턴 전체를 동시에 읽고 머신러닝으로 분류합니다. 같은 뇌 부위가 두 자극 모두에서 활성화되더라도 그 내부 패턴이 다르면 구분해낼 수 있어, 기존 방법이 놓쳤던 신경학적 차이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Q. 올팩터미터 실험에서 실제 냄새가 아닌 합성 냄새를 쓰는 이유가 뭔가요?
A. MRI 기기 안에서는 음식 자체를 가져가거나 에어로졸을 자유롭게 분사하기가 어렵습니다. 올팩터미터는 냄새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정밀하게 농도와 타이밍을 제어하며 전달하기 때문에, 실험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실제 냄새가 아니어도 뇌는 구분 없이 반응한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Q. 외측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위치로 보면 외측 안와전두피질은 전두엽 아래쪽의 바깥 부분,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같은 전두엽 아래쪽의 안쪽·중앙 부분에 해당합니다. 기능적으로는 외측이 외부 자극의 구체적인 속성(정체성)을 처리하고, 복내측이 그 자극이 나에게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계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Q. 뇌 패턴 분석이 거짓말 탐지에도 쓰인다는 게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A. 가능성 차원에서는 실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와 진실을 말할 때 뇌의 활성화 패턴이 다르다는 전제 아래, MVPA로 그 패턴을 학습시키면 분류가 가능하다는 접근입니다. 다만 개인차가 크고 실험실 밖 조건에서의 신뢰도 문제가 남아 있어, 아직은 연구 단계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결론
냄새 하나로 이렇게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이 실험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올팩터미터로 합성 후각 자극을 전달하고, MVPA로 뇌의 패턴을 읽어내고, 안와전두피질 내부에서 역할 분업을 확인하는 이 흐름은 뇌가 얼마나 정교하게 가치를 계산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제가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 한 가지 더 생각하게 된 건, 우리가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실제로는 후각이나 정서 정보가 이미 뇌의 내·외측 회로를 건드리고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족스러운 상태에서는 탐색을 멈추고, 불만족스러운 상태에서는 외부를 더 스캔한다는 뇌의 기본 전략이, 일상의 크고 작은 결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게 꽤 현실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뇌과학 연구 결과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의사결정의 신경과학적 기반을 다룬 전문서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다음 단계가 될 것입니다.
참고: Vartanian, O., & Mandel, D. R. (Eds.). (2011). Neuroscience of decision making. Psycholog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