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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과 확증편향 (RAT검사, 귀납추리, 전두엽)

by tongdoctor 2026. 5. 27.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저는 항상 이 질문에서 막힙니다. "저 사람이 창의적인지 어떻게 알지?" 학벌도, 경력도 아니고, 창의성만큼은 이력서에 쓰인 숫자로 가늠이 안 됩니다. 그런데 심리학에는 이걸 꽤 진지하게 측정하려는 도구가 있습니다. 뇌가 정보를 연결하는 방식과 편향이 어떻게 우리 판단을 굳혀버리는지,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RAT 검사로 보는 창의성의 정체

창의성이 높다는 것,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요? 저도 처음엔 막연하게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창의성을 서로 멀리 떨어진 개념들을 연결해 제3의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도구가 바로 RAT(Remote Associates Test)입니다. RAT란 겉으로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단어들 사이에서 공통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검사로, 단순 암기나 논리 계산이 아닌 개념 간 연합 능력을 봅니다.

예를 들어 CREAM, SKATE, WATER라는 세 단어를 연결할 수 있는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면, 정답은 ICE입니다. 제가 직접 이 문제를 받아봤을 때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단어를 하나씩 대입해보다가 어느 순간 '아!' 하고 연결되는 느낌이 있는데, 그 순간이 꽤 짜릿했습니다. RAT는 원래 영어권에서 개발된 검사지만, 최근 한국어판도 개발되어 국내 연구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뇌 과학 쪽에서 보면, 이런 추상적 연결 작업에는 후측 두정엽이 크게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후측 두정엽이란 귀 위쪽에 위치한 뇌 영역으로,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 순수한 추상적 사고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실제로 이 부위의 발달 정도가 고지능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창의성이 단순히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뇌 구조와도 연결된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귀납추리와 단일 모형 편향이 판단을 가두는 방식

창의적으로 생각하려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놔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뇌는 사실 그 반대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귀납추리(inductive reasoning)란 여러 사례를 관찰하고 거기서 일반적인 규칙을 도출하는 추론 방식입니다. 100% 확실한 결론이 아니라 가능성이 높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으로 터득하는 대부분의 규칙이 이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단일 모형 편향이 끼어든다는 점입니다. 단일 모형 편향이란 뇌의 처리 용량 한계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따져보지 못하고, 처음 떠오른 하나의 시나리오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노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뇌가 에너지를 아끼려는 본능적인 작동 방식에 가깝습니다.

귀납추리에서 규칙을 만들 때 사람들이 다루는 개념의 종류도 세 가지로 나뉩니다.

  • 결합개념: A이면서 B인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 (예: 크고 빨간 도형)
  • 분리개념: A이거나 B인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는 것 (예: 크거나 빨간 도형)
  • 관계개념: 두 차원 사이의 상관관계로 정의되는 것 (예: 도형의 수만큼 테두리의 수가 같은 것)

세 번째 관계개념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규칙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Canyons 심리학 교재). 저도 이 개념들을 처음 접했을 때, 결합개념은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됐는데 관계개념은 설명을 두 번 읽어야 했습니다. 뇌가 관계를 처리하는 일을 얼마나 버거워하는지 체감이 됐습니다.

전두엽 노화와 확증편향이 연결되는 이유

말이 전혀 안 통하는 어르신을 만나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이게 그냥 고집이나 성격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이게 뇌 기능의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가설이나 믿음을 확인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례는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인지적 경향입니다. 논리적으로 맞는 결론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는 증거'만 모으는 셈입니다. 웨이슨의 2, 4, 6 과제 실험에서도 이미 확인된 현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기보다 확인하는 쪽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APA 심리과학 자료).

이 편향을 억제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곳이 전두엽(prefrontal cortex)입니다. 전두엽이란 뇌의 앞쪽에 위치한 영역으로, 충동 억제·유연한 사고·현실 판단 같은 고차원 인지 기능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이 전두엽이 노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기능이 떨어지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말을 안 듣는 어르신들의 경우 단순히 완고한 성격이 아니라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해 현재 상황을 유연하게 파악하는 능력 자체가 줄어든 상태일 수 있습니다.

올바르게 사고하려면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반례를 찾는 것입니다. 컴퓨터가 안 켜질 때 케이블 하나만 바꿔보고, 그게 원인인지 확인하고 난 뒤 다음 변수를 바꿔보는 보수적 초점주기 방식처럼, 한 번에 하나의 가능성만 검증해나가는 습관이 편향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여러 변수를 한꺼번에 바꾸면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없게 되니까요. 제 경험상, 이 방법은 일상에서 의외로 쓸 일이 많습니다.

결국 창의적 사고와 편향 없는 판단, 이 두 가지는 뇌의 서로 다른 영역과 연결되어 있지만 둘 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 "나는 충분히 반례를 찾고 있나?"라는 질문을 자주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습니다. 확증편향을 줄이고 싶다면, 오늘 내린 결론 하나를 골라 반대 증거를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학습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심리학 상담이나 진단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canyons.edu/_resources/documents/academics/onlineeducation/Psych126TextbookFinalV1_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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