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인데요.
"MRI까지 찍었는데 큰 이상은 없대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픈 거죠? 제가 예민한 건가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디스크가 조금 튀어나왔고 퇴행도 있대요. 이제 허리를 쓰면 안 되는 거죠?" 같은 걱정이에요.
두 질문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뿌리가 같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 = 통증의 원인'이라는 기대죠. 오늘은 허리 통증에서 영상 검사가 알려주는 것과 알려주지 못하는 것, 그리고 이름도 낯선 비특이적 요통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비특이적 요통'은 '원인 모를 꾀병'이 아닙니다
비특이적(non-specific)이라는 말은 통증을 한 가지 구조물의 이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2018년 란셋(Lancet) 요통 특집 논문은 "거의 모든 요통 환자에서 통증을 일으키는 특정 원인을 짚어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정리했습니다. 골절, 감염, 종양처럼 원인이 분명한 경우는 소수이고, 진료의 첫 번째 목표는 바로 이 소수를 놓치지 않는 것이에요.
그렇다고 통증이 가짜라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논문은 허리 통증이 전 세계에서 장애(일상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첫 번째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그만큼 흔하고, 실제로 삶을 힘들게 하는 통증입니다. 그리고 통증이 오래가는 데에는 처음 통증의 세기, 심리적 고통, 여러 부위의 통증, 통증에 대한 생각 같은 요인이 함께 관여한다고 보고되었어요.
요약: 비특이적 요통은 '원인이 없다'가 아니라 '원인을 한 구조물로 짚기 어렵다'는 뜻이다. 통증은 실제이며, 위험한 원인을 먼저 걸러내는 것이 진료의 출발점이다.
2. 허리가 안 아픈 사람도 MRI에는 '뭔가' 보입니다
2015년 미국 신경영상의학회지(AJNR)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은 허리 통증이 없는 사람들의 영상 소견을 모아 분석했어요. 결과는 꽤 인상적입니다.

허리 통증이 없는 사람에서 MRI 소견이 관찰된 비율을 20세와 80세로 비교한 막대그래프. 디스크 퇴행 37%→96%, 디스크 팽윤 30%→84%, 디스크 돌출 29%→43%, 섬유륜 균열 19%→29%
- 디스크 퇴행: 20세 37% → 80세 96%
- 디스크 팽윤: 20세 30% → 80세 84%
- 디스크 돌출: 20세 29% → 80세 43%
- 섬유륜 균열: 20세 19% → 80세 29%
연구진은 이런 소견 상당수가 통증의 원인이라기보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일 수 있고, 영상 결과는 반드시 증상·진찰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어요. 얼굴의 주름이 나이의 흔적이지 통증의 원인이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진료지침들은 위험 신호가 없는 허리 통증에 처음부터 일상적으로 영상 검사를 하는 것을 권하지 않아요. 6개 임상시험(1,804명)을 모은 메타분석에서도 위험 신호가 없는 요통 환자에게 바로 영상 검사를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을 때 통증과 기능 회복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이 분석은 주로 급성·아급성 요통의 1차 진료 환경을 다룬 것이고 시험 수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어요. 영상 검사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 쓰는 도구라는 뜻입니다.
요약: 디스크 퇴행·팽윤은 허리가 안 아픈 사람에게도 흔하고 나이가 들수록 늘어난다. 영상 소견은 증상과 진찰을 함께 봐야 의미가 생긴다.
3. 🪡 침구과 시선: 사진보다 움직임을 봅니다

영상 검사는 뼈·디스크의 모양, 신경 압박 여부, 골절·감염·종양 같은 위험 신호를 보고, 진료실 평가는 어떤 움직임에서 아픈지, 누르면 익숙한 통증이 나는 근육, 수면·스트레스·두려움, 일·활동량·체중 같은 생활을 본다는 것을 나란히 비교한 그림
영상은 뼈와 디스크의 '모양'을 잘 보여주지만, 근육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 어떤 동작에서 버티지 못하는지는 잘 보여주지 못해요. 근육 문제는 검사로 드러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만성 요통을 볼 때는 평가에 시간을 많이 씁니다.
- 숙일 때 아픈지, 젖힐 때 아픈지
-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 아픈지
- 쓰면 아프고 쉬면 덜한지, 아니면 쉬어도 아픈지
- 어느 근육을 눌렀을 때 "바로 거기예요" 하는 익숙한 통증이 나오는지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덜하다가 오래 서 있거나 일을 하고 나면 심해지는 통증은 '쓰면 아픈' 근육 쪽 문제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어요. 평가가 정확할수록 치료 부위가 분명해지고, 같은 곳을 막연히 반복해서 치료할 일도 줄어듭니다.
한의학은 원래 아픈 곳 하나만 보지 않고 몸 전체의 흐름과 생활을 함께 살펴왔어요. 비특이적 요통을 생물학적 요인(조직), 생체역학적 요인(자세·움직임),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이 겹친 문제로 보는 현대의 관점과도 잘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 만성 요통 지침도 운동, 교육, 인지행동치료, 침 같은 바늘 치료, 마사지, 여러 분야가 함께하는 생물·심리·사회적 접근 등을 '선택적으로 권고'하며, 하나의 치료보다 사람에 맞춘 조합을 강조했어요.
4. 🧠 마음 시선: 진단명이 바꾸는 것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어떤 이름을 듣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2년 유럽통증학회지에 실린 무작위 실험에서 1,375명에게 허리 통증 상황을 보여주고 서로 다른 진단명을 붙였어요. '디스크 팽윤', '퇴행', '관절염'이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허리 통증 에피소드', '요추 염좌', '비특이적 요통'이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들보다 영상 검사·수술·다른 의사의 의견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고, 문제를 더 심각하게 여겼으며 회복 기대는 낮았어요. 이런 차이는 현재 허리가 아프고 병원을 다녀본 사람들에게서 더 컸습니다.
물론 이 연구는 가상의 상황에서 '생각'을 물은 것이라, 실제 회복 경과까지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퇴행'이라는 단어 하나가 "이제 허리를 아껴야 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움직임을 피하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피할수록 덜 쓰이고, 덜 쓰일수록 더 예민해지는 고리가 생기기 쉽거든요.
그래서 검사 결과를 들었다면, "이 소견이 제 나이에 흔한 건가요?", "제 통증과 직접 관련이 있나요?"라고 한 번 더 물어보세요. 그 질문 하나로 불안이 꽤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약: '퇴행·팽윤' 같은 진단명은 검사·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키우고 회복 기대를 낮출 수 있다. 소견의 의미를 다시 묻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5. 생활 속 실천: 오늘의 체크리스트

소견 다시 묻기, 통증 메모 3일, 30분마다 일어나 1분 걷기, 하던 운동을 강도·빈도 절반으로 재개, 다시 움직이면 1~2일 뻐근할 수 있음을 미리 알기로 구성된 체크리스트와 바로 진료가 필요한 신호
1. 소견 다시 묻기 – "제 나이에 흔한 소견인가요?" 진료 때 물어보세요.
2. 통증 메모 3일 – 언제 심하고 언제 덜한지, 무엇을 할 때인지 적어 보세요. 진료실에서 '움직임 평가'의 좋은 단서가 됩니다.
3. 30분마다 일어나기 – 같은 자세를 끊고 1분만 걸어도 시작이에요.
4. 절반부터 다시 – 예전에 하던 운동이 있다면 강도와 빈도를 절반으로 낮춰 다시 시작해 보세요.
5. 뻐근함 미리 알기 – 쉬다가 다시 움직이면 하루이틀 뻐근할 수 있어요. 미리 알고 있으면 "역시 움직이면 안 되나 봐"라는 불안이 덜합니다. 다만 다음 날까지 통증이 뚜렷이 심해지면 양을 줄이세요.
6. 이럴 땐 바로 진료받으세요
-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질 때
- 대소변 조절이 어렵거나 엉덩이 사이(회음부) 감각이 떨어질 때
- 열이 나면서 허리가 아플 때 (감염 가능성)
-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생긴 통증, 특히 고령이거나 골다공증이 있을 때 (골절 가능성)
- 쉬어도 낫지 않고 밤에 더 심한 통증, 이유 없는 체중 감소, 암 치료 경험이 있는데 새로 생긴 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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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Hartvigsen J, Hancock MJ, Kongsted A, et al. What low back pain is and why we need to pay attention. Lancet. 2018;391(10137):2356-2367. doi:10.1016/S0140-6736(18)30480-X
- Maher C, Underwood M, Buchbinder R. Non-specific low back pain. Lancet. 2017;389(10070):736-747. doi:10.1016/S0140-6736(16)30970-9
- Brinjikji W, Luetmer PH, Comstock B, et al.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of imaging features of spinal degeneration in asymptomatic populations. AJNR Am J Neuroradiol. 2015;36(4):811-816. doi:10.3174/ajnr.A4173. PMID: 25430861
- Chou R, Fu R, Carrino JA, Deyo RA. Imaging strategies for low-back pain: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Lancet. 2009;373(9662):463-472. PMID: 19200918
- O'Keeffe M, Ferreira GE, Harris IA, et al. Effect of diagnostic labelling on management intentions for non-specific low back pain: a randomized scenario-based experiment. Eur J Pain. 2022;26(7). doi:10.1002/ejp.1981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guideline for non-surgical management of chronic primary low back pain in adults in primary and community care settings. Geneva: WHO;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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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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