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인데요.
"한참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허리가 바로 안 펴져요. 몇 걸음 걷다 보면 괜찮아지는데, 이거 디스크인가요?"
회의가 길었던 날, 장거리 운전을 마친 날, 영화 한 편을 다 본 뒤에 허리를 짚으며 천천히 일어나 본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거예요. 오늘은 이럴 때 함께 떠올려 볼 만한 깊은 근육, 장요근 이야기입니다. 다만 미리 말씀드리면, 장요근은 '범인'이 아니라 '살펴볼 후보 중 하나'예요. 그 이유도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장요근은 어디에 있을까: 허리와 다리를 잇는 근육
장요근은 장골근과 대요근, 두 근육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에요.
대요근: 등뼈 마지막 마디부터 다섯 번째 허리뼈(T12–L5)의 옆면에서 시작해요.
장골근: 골반 안쪽의 오목한 면에서 시작해요.
두 근육은 아래로 내려가며 하나의 힘줄이 되어 허벅지뼈 안쪽의 작은 돌기(소전자)에 함께 붙습니다. 허리뼈와 허벅지뼈를 직접 잇는 셈이죠.

앞에서 본 장요근 모식도입니다! 대요근은 허리뼈 옆에서, 장골근은 골반 안쪽에서 시작해 허벅지뼈 안쪽에 함께 붙습니다!
장요근의 역할 중 가장 분명한 것은 고관절을 굽히는 것, 즉 다리를 들어 올리는 일이에요. 2009년 대요근을 정리한 문헌고찰도 "대요근이 고관절의 주된 굴곡근이라는 것은 잘 확립되어 있다"고 썼습니다. 반면 허리에서의 역할(허리를 굽히는지, 세우는지, 안정시키는지)은 연구자마다 의견이 갈려 아직 논쟁 중이라고 정리했어요.
해부학적으로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허벅지 앞쪽으로 가는 대퇴신경이 배 안에서 대요근을 뚫고 지나가요.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허리 통증과 함께 허벅지 앞쪽이 묵직하거나 불편하다고 하시면 장요근 주변을 한 번 더 살펴봅니다.
요약: 장요근은 허리뼈·골반 안쪽에서 허벅지뼈 안쪽으로 이어지는 깊은 근육이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역할은 분명하지만, 허리에서의 역할은 아직 연구 중이다.
2. 왜 '앉았다 일어날 때' 불편할까

오래 앉아 있기 → 장요근이 짧게 접힌 채 쉼 → 일어설 때 바로 늘어나지 못함 → 허리가 안 펴지고 당김 → 걷다 보면 서서히 풀림으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앉아 있을 때는 고관절이 90° 가까이 굽어 있어서 장요근의 시작점과 끝점이 가까워져요. 짧게 접힌 채 쉬는 상태죠. 그러다 일어서는 순간, 장요근은 길게 늘어나야 합니다.
오래 같은 자세로 있던 근육이 이 전환을 바로 따라가지 못하면, 허리뼈 앞쪽을 아래·앞으로 당기는 힘이 남아 허리가 곧게 펴지지 않고, 뒤로 젖힐 때 앞쪽까지 당기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몇 걸음 걷다 보면 근육이 다시 길이를 찾으며 풀리는 경우가 많고요. 대요근 문헌고찰도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대요근을 통증의 원인 후보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이건 진료실에서 자주 쓰는 설명 모델이지, 실험으로 확정된 기전은 아니에요. 같은 문헌고찰은 대요근 관련 통증에 대한 자료 상당수가 '일화적'이라고 한계를 밝혔습니다. 또 2024년 대학생 7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장요근이 짧은 학생이 3명(4%)뿐이었고, 장요근 길이는 요통과 유의한 관련이 없었어요(오히려 햄스트링 길이와 학업 스트레스가 관련). 물론 젊은 대학생을 한 시점에 조사한 소규모 연구라 오래 앉아 일하는 중장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장요근이 짧아서 허리가 아프다'는 공식은 없다는 거예요. 같은 증상이라도 허리 깊은 근육(다열근·요방형근), 엉치의 천장관절, 고관절 자체, 디스크·신경 문제가 원인일 수 있어서, 한 근육을 단정하기 전에 평가가 먼저입니다.
요약: 앉으면 접히고 서면 늘어나야 하는 장요근의 전환이 매끄럽지 않으면 일어날 때 허리가 당길 수 있다. 단, 장요근 길이와 요통의 관계는 연구마다 엇갈려 여러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
3. 침구과 시선: 허리는 신(腎)의 집, 장요근은 그 곁에
『황제내경』 소문 「맥요정미론」에는 "허리는 신(腎)의 집(腰者腎之府)"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한의학에서 허리를 몸의 근본과 연결해 본 표현인데, 해부학으로 보면 묘하게 겹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장요근은 실제로 콩팥 가까이, 배 안 깊은 곳을 지나가는 근육이거든요.
그래서 장요근은 손으로 쉽게 닿지 않고, 함부로 깊게 누르면 안 되는 곳이기도 해요. 진료실에서는 바로 누르기보다 움직임으로 먼저 단서를 찾습니다.
뒤로 젖힐 때 허리 앞쪽까지 당기는지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 혹은 누웠다 일어날 때 첫 걸음이 불편한지
허벅지 앞쪽이 묵직하거나 불편한지
그리고 장요근만 보지 않고 뒤쪽 근육(햄스트링)도 함께 봅니다. 한쪽이 굽히는 근육이면 반대쪽에서 그 움직임을 제한하는 근육이 있어서, 오히려 반대편이 실마리인 경우도 있거든요.
깊은 근육은 "치료해도 안 낫는다"가 아니라 "아직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일 수도 있어요. 평가에 시간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4. 🧠 마음 시선: '뻣뻣하다'는 느낌은 뇌의 보호일 수 있어요
일어날 때 허리가 '굳었다', '뻣뻣하다'고 느끼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딱딱해졌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이 느낌이 실제 상태와 꼭 일치하지는 않아요.
2017년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연구에서 만성 허리 통증이 있고 뻣뻣함을 느끼는 사람 15명과 통증이 없는 15명을 비교했어요. 기계로 척추의 실제 딱딱함을 쟀더니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고, 본인이 느끼는 뻣뻣함과 측정값도 관련이 없었습니다. 대신 통증이 있는 그룹은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약 31% 더 크게 느꼈고(대조군은 약 15%), 힘의 작은 변화는 더 잘 알아챘어요. 이어진 실험(20명)에서는 같은 힘을 줄 때 '삐걱' 소리를 함께 들려주자 힘을 다르게 추정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뇌가 허리를 지키려고 만든 보호적 지각으로 해석했어요. 뻣뻣함은 '허리가 망가졌다'는 신호라기보다 '조심해'라는 뇌의 메시지일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참여자 수가 적은 실험이라 결론을 넓게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도 일상에 주는 힌트는 분명해요. "뚝 소리 나면 큰일" "굳었으니 쓰면 안 돼" 같은 생각은 그 보호 신호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천천히, 하지만 피하지 않고 움직이는 경험이 뇌에게 "괜찮다"는 정보를 주는 방법이에요.
요약: 만성 요통에서 느끼는 뻣뻣함은 실제로 잰 척추의 딱딱함과 관련이 없었고, 뇌의 보호 반응일 수 있다. 천천히, 피하지 않고 움직이는 경험이 도움이 된다.
5. 생활 속 실천: 오래 앉는 날 체크리스트

30분마다 일어나 1분 걷기 – 세계보건기구(WHO) 2020 신체활동 지침은 모든 연령에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일 것을 권고해요. 다만 '몇 분 이상이 해롭다'는 기준을 정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밝혔으니, 30분은 실천하기 쉬운 출발점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일어나기 준비 동작 – 의자 끝으로 엉덩이를 옮기고 → 발을 무릎 아래로 당긴 뒤 → 상체를 살짝 숙이며 엉덩이 힘으로 일어나세요.
첫 세 걸음은 천천히 – 일어나자마자 허리를 끝까지 젖히지 말고, 걸으면서 서서히 펴 주세요.
고관절 앞 늘리기 30초 × 2 –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다른 발은 앞에 둔 자세에서, 엉덩이를 조인 채 골반을 살짝 앞으로 보내요. 허리가 꺾이지 않게, 당기는 느낌이 적당한 범위까지만.
배를 깊게 누르는 셀프 마사지는 피하기 – 영상 속 '장요근 셀프 릴리즈'처럼 배를 깊게 누르는 방법은 장기·큰 혈관과 가까운 부위라 혼자 세게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해요.
모든 동작은 통증이 심해지지 않는 범위에서 하시고, 다음 날까지 통증이 뚜렷이 심해지면 양을 줄이세요. 진료를 받으신다면 '몇 분 앉았을 때부터 불편한지', '몇 걸음 만에 풀리는지', '허벅지 앞·사타구니까지 불편한지'를 메모해 가시면 평가에 큰 도움이 됩니다.
6. 이럴 땐 바로 진료받으세요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질 때
대소변 조절이 어려울 때
열이 나면서 허리·사타구니가 아플 때 (장요근 주변 감염 가능성)
사타구니 깊은 곳이 아파 걷기 힘들 때 (고관절 문제 가능성)
쉬어도 낫지 않고 밤에 더 심한 통증,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있을 때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생긴 통증 (골절 가능성)
참고문헌
Sajko S, Stuber K. Psoas major: a case report and review of its anatomy, biomechanics, and clinical implications. J Can Chiropr Assoc. 2009;53(4):311-318. PMID: 20037696. PMC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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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l FC, Al-Ansari SS, Biddle S, et al.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0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Br J Sports Med. 2020;54(24):1451-1462. doi:10.1136/bjsports-2020-102955
『황제내경』 소문(素問) 「맥요정미론(脈要精微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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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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