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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반대 회로 (뇌 접근회피, 오퍼넌트 프로세스, 항상성) 극장에서 공포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순간, 갑자기 세상이 이상하게 평온하게 느껴진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처음엔 그게 그냥 안도감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뇌가 구조적으로 만들어내는 '반대 감정'이었습니다. 감정에도 보색이 있다는 걸, 뇌과학 자료들을 파고들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됐습니다. 뇌 접근회피 회로: 쾌감과 불쾌감은 완전히 다른 곳에서 나올까일반적으로 쾌감과 불쾌감은 서로 반대 감정이니 뇌에서도 완전히 반대편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연구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접근 행동을 담당하는 회로, 즉 보상을 향해 다가가게 만드는 쪽은 주로 측핵(nucleus accumbens)이 관여합니다. 여기서 측핵이란 뇌의 기저부에 위치.. 2026. 7. 31.
뇌과학으로 분석한 내 투자 성향 (손실 회피, 편도체, 뇌섬엽) 저도 처음엔 "감정을 잘 다스리면 투자도 잘 된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뇌과학 연구를 들여다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된 환자들이 오히려 정상인보다 투자 과제에서 더 높은 수익을 거뒀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감정이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뒤흔드는 데이터였습니다. 동전 던지기 실험이 보여준 것투자를 할지 말지, 이전의 투자 경험이 손실을 피하는 경향을 평가한 심리학 실험을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실험 설계는 단순했습니다. 참가자에게 매 시행마다 1달러를 투자할지 말지 선택하게 합니다. 투자를 선택하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돈을 잃고, 뒷면이 나오면 2달러 50센트를 받는 구조입니다. 수학적으로 따지면 기댓값은 매 시행 1.25달러로 항상 .. 2026. 7. 30.
불안한 사람을 위한 뇌과학 (뇌섬엽, 편도체, 기질불안, 상태불안) 별것 아닌 발표 하나를 앞두고 며칠째 잠을 못 잔 적이 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괜찮아"라고 되뇌는데 몸은 이미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손이 떨리고 심장이 쿵쿵거렸습니다. 그 이상한 간극이 오랫동안 저를 괴롭혔는데, 나중에 편도체와 뇌섬엽의 연결 구조를 알게 되면서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겁쟁이여서가 아니라, 뇌가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던 거였습니다. 뇌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 이유 — 편도체와 회피 행동원숭이에게 바나나를 주면서 옆에 뱀 모양의 장난감을 함께 놓으면, 배가 고파도 바나나에 손을 뻗지 못합니다. 저는 이 실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웃겼습니다. "원숭이가 뱀이랑 무슨 상관이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도 별다를 게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눈.. 2026. 7. 29.
결정장애의 뇌과학 (뇌섬엽, 회피 학습, 접근 학습) 메뉴를 고르다가 10분 넘게 멍하니 있어본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냥 아무거나 먹어"라고 하는데 저는 도저히 그게 안 됩니다. 한동안 이걸 성격 탓으로만 여겼는데, 뇌 회로를 공부하다 보니 이게 단순한 우유부단함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뇌섬엽과 회피 학습의 관계를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뇌섬엽 — 혐오와 회피를 처리하는 숨겨진 피질뇌섬엽(Insula)이라는 뇌 부위가 있는데요, 오늘 다룰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뇌 부위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뇌섬엽이란 대뇌 피질 깊숙이 측두엽과 두정엽 사이에 숨어 있는 구조물로, 겉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주름을 벌려야만 드러나는 곳입니다. 이름 자체가 그리스어로 '섬(island)'에서 왔는데, 다른 피질과 뚝 떨어져 고립된 모양.. 2026. 7. 28.
사춘기 뇌의 특징 (신경가지치기, 옥시토신, 사회적보상) 사람이 일생에서 신경세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는 딱 두 번뿐입니다. 갓 태어났을 때, 그리고 사춘기.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멈칫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춘기 아이들이 그토록 감정적으로 격렬하게 반응하는 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뇌가 문자 그대로 공사 중이기 때문이었던 겁니다. 사춘기에 뇌가 다시 공사판이 되는 이유뇌과학에서는 이 현상을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고 부릅니다. 시냅스 가소성이란 신경세포 간의 연결, 즉 시냅스가 경험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거나 사라질 수 있는 성질을 뜻합니다. 갓난아기 때처럼 사춘기에도 뇌는 "일단 많이 만들고 보자"는 전략을 씁니다. 어떤 연결이 나중에 살아남는 데 쓸모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으니까요.이 전략의 핵심은 그 뒤.. 2026. 7. 27.
바뀌고 싶다면 환경을 설계해라 (측핵, 도파민, 사춘기 위험행동) 보지도 못한 이미지에 선호도가 생긴다는 실험 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의식이 개입하지 않아도 뇌가 알아서 보상을 학습한다는 것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는 행동의 상당 부분이 실은 뇌가 먼저 결정한 것일 수 있습니다. 무의식 학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게 사춘기 위험행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봤습니다. 보지 못한 이미지가 행동을 바꾼다 — 무의식 학습의 실체신경과학 분야의 의사결정 연구에서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설계됐습니다. 참가자들에게 '고(Go)' 또는 '노고(No-Go)'를 선택하는 과제를 반복시키는데, 문제는 선택에 도움이 되는 시각적 단서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마스킹(Masking) 기법을 사.. 2026.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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